가. 본 교육연구단(Expert-BCD)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지방을 인류세 위기의 징후를 확인하는 무력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세 시대의 위기와 재난을 극복할 토대인 생물문화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을 지닌 주체적 장소로 전환하여, 지역의 생물문화다양성을 탐구하여 지방적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지역 위기의 극복방안과 미래 구축 모델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지역문화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함
• 파국의 시대 구분이자 선언인 인류세를 지방화하고
• 자연과 인간의 분리불가능한 관계를 가리키는 생물문화다양성에 관한 지식을 축적하여
• 지역의 위기를 재정의하고, 생물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위기 극복의 모델을 디자인하고 실행함
나. 왜 ‘인류세의 지방화’에 주목하고, 왜 ‘생물문화적다양성’을 탐구하는가?
전 지구적, 중앙 단위의 인류세 담론을 지방으로 전환
•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의 회의석상에서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천명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개념인 인류세는 현세 인류가 지구 전체의 환경을 바꿔 이전과 크게 다른 상태가 되었음을 강조하는 용어임. 더욱이 인류세라는 단어는 자연의 파괴를 가리키며 ‘모든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명령어로 주어졌음
• 또한 인류세에 대한 인문학, 사회과학적 논의가 확산되면서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해양자원 및 열대림의 감소 등 현대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지구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주로 전지구적 차원의 환경과 생태 담론이 주를 이룸. 또한 온실가스감축, 탄소중립 등 환경 담론 역시 중앙 단위에서 주도하고 있음
• 코로나19 사태는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적 삶의 공간으로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실제로 징후와 결과는 지방(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음
• 인류세 시대, 지방(들)에서 겪는 위기는 다른 강도와 속도로 진행되고, 지방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건·상황으로 드러나므로, 지방의 미시적인 맥락과 조건을 이해해야 함. 다시 말해 시대 구분으로서의 인류세를 공간 개념으로 전환하고, 인류세 담론을 지방화하여 사유해야 한다고 주장함
시대 구분으로서의 인류세와 인류세 공간으로서의 지방에 주목
• 인류세 시대는 지구 행성과 인간종 사이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렀다는 인식이자 선언으로 환경과 인간의 관계의 분리 및 종식과 생물문화다양성의 파괴를 가리킴. 즉 시대 구분으로서의 인류세는 종으로서의 인류가 지구 행성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게 증대하여, 인간의 생존 조건인 자연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였다는 선언임
• 인간종 전체의 생존 조건 파괴를 기후변화로, 인류세 위기의 극복방안 또는 전지구적 차원의 대응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들 사이의 협상으로 요약하면, ‘지방’은 인류세 위기의 극복에서 능동적 행위자가 아니라 희생자나 계몽의 대상 이상이 되기는 어려움
• 지방을 과거에도, 현재에도 자연과 문화, 인간과 환경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하는 역동적인 장소로, 인류세 위기의 징후와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장소로, 생물문화다양성의 탐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주체적 장소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
• 인류세를 지방화하기 위한 두 가지 전제는, 첫째 인류세 위기가 전 지구에서 균등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 국지적으로 인간과 환경의 지속가능한 관계가 과거에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한다는 것임
• 기후변화와 재난으로 인해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예를 많이 들지만, 반면에 지속가능성이 모델이 될 수 있는 예는 중앙이 아니라 지방에 존재하고 있음
생물문화다양성의 의미와 탐구의 필요성
•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과 2001년 <문화다양성선언> 이후, 2007년 파리 워크샵은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통합하여 양자의 연결(linkages)과 상호의존성의 관계를 크게 부각시켰고, “생물다양성, 문화다양성과 둘 사이의 연결”로 정의된 생물문화다양성은 양자가 분리 불가능하며 통합되어 있음을 강조함
• 생물문화다양성이란 특정 지역과 특정 집단의 생물학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상호연결과 상호의존성을 가리킴. 그리하여 생물문화다양성은 자연환경과 그곳에 서식하는 인간집단의 문화와 전통 사이의 관계를 칭하며, 구체적인 예로는 토착적 농업 관행, 전통 의학, 신성화된 자연 지역, 전통 생태 지식, 작물 다양성과 토착 종자, 야생동물 관리 관행, 문화적 경관 등이 있음
• 생명다양성이 인간문화, 지식체계 및 관습의 다양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자연과 인간 모두의 생존을 위해 양자 모두가 보전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생물문화다양성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음
• 최근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던 장소뿐 아니라 영향력이 증대된 농촌과 도시에서 창출된 생물문화다양성의 예도 발굴되고 있음. 그 예로 초기도시 생태시스템, 도시 정원과 도시농업, 식물원과 박물관, 문화축제, 녹지공간과 공원, 로컬푸드마켓, 야생동물 친화 건축, 도시 야생동물 통로 등의 자연친화적 정책, 문화유산, 토착민과 이주민 커뮤니티 등이 있음
‘실천적 지역문화전문가’ 교육의 필요성
• 시기 구분으로서의 인류세 위기는 외부에서 오고, 외부 즉 중앙에서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 인류세 위기를 생물문화다양성을 통해 재정의하고, 불균등한 위기와 역사생태경관의 가능성을 발굴하여 지속가능한 지방의 생물문화다양성을 촉진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지역문화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음
•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지역 위기의 배경을 파악하고 전지구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을 연결시키는 시각이자 방식, 즉 ‘지구 규모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한다(Think global, Act local)’는 관점이 더욱 중요해짐
• 역사생태경관이나 문화생태 그리고 생물문화다양성은 문화인류학 분야에서는 중요한 아젠다로 자리잡고 있고, 고고학에서도 유물과 유구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경향에서 벗어나, 점차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긴 시간과 공간으로 살피면서 공격, 파괴의 과정이 아닌 조화와 공생의 모습을 복원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음
• 전북 지역은 생물문화다양성을 연구하는 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 호남뜰을 중심으로 하는 평야 지대(익산, 김제, 정읍), 내륙 중산간 지대(임실, 순창, 남원), 산간지대(무주, 진안, 장수), 바다와 섬 및 갯벌로 이루어진 해양 지대(군산, 부안, 고창, 새만금),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임을 자부하는 전주와 근교 지대(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반도 내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음
• 지역거점국립대학 전북대학교에서, 고고학과 문화인류학 학제가 통합되어 운영되는 고고문화인류학과 대학원은 생물문화다양성 탐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교육·연구 기관임